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필리핀과 중국 관계에서 2024년은 가장 폭력적이고 위험한(violent and dangerous) 해였다. 이 갈등은 2025년에도 이어질 것이지만, 양상은 다를 수 있다. 2025년 필리핀과 중국 사이 남중국해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을 결정할 변수는 필리핀이나 중국이 아닌 미국, 더 정확하게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될 것이다. 필리핀과 중국은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략적 상황에서 상수로 작용한다. 유일한 변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아직 어떤 방향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이르지만 가능한 방향은 두 가지다.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을 계속 지원하는 것과 미국이 필리핀에 대한 지원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선택이 있을 뿐이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지역 해양문제에 대한 관여가 어떻게 되든지 중견국인 한국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필요하다. 지역 안보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과거의 관성을 극복하고 중견국으로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한-아세안 협력 강화를 위해서도 한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동남아 국가와 해양협력에 더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2025년 작성될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 이행계획을 통해 이런 의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잠재적으로 약해진 미국의 인태 지역에 대한 관여를 상쇄하고 지역규칙기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 중견국들과 협력, 특히 해양 문제에 관한 협력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필요도 있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재현
수석연구위원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2012년까지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다. 현재 한국동남아학회 부회장, 해양경찰청의 자문위원이고,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최근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적 공간의 등장(2015), 북한과 동남아시아(2017), 신남방정책이 아세안에서 성공하려면(2018),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신남방정책의 역할(2018), 한국과 아세안의 전략적 공통분모와 신남방정책(2019), 비정형성과 비공식성의 아세안 의사결정(2019), 피벗: 미국 아시아전략의 미래 (2020, 역서), G-Zero 시대 글로벌, 지역 질서와 중견국(2020), “Southeast Asian Perspectives of the United States and China: A SWOT Analysi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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