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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北 ‘5개년 계획’ 핵 포기 없인 불가능

작성자
차두현
조회
81
작성일
26-03-0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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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끝난 제9차 노동당대회에서 다시 총비서로 추대됐다. 그는 2026년부터의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우리 경제의 안정 공고화와 점진적·질적 발전 단계”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경제발전을 최대 과제로 제시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근본 원인, 즉 핵무기 개발을 간과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북한 경제는 구조적 침체와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지 못했고, 식량·에너지·산업설비·사회간접자본(SOC) 부족이 주민 생활의 어려움과 직결됐다. 한국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2017∼2022년 중 북한 경제는 -0.1∼-4.5% 역성장했고 2023년 이후 3%대로 성장했다지만, 주민이 체감할 만한 경제발전을 이루기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핵 개발로 인한 국제 제재가 경제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임은 변함이 없다.


김정은은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경제발전을 원하면서 핵에 집착하는 것은 상호 모순으로, 핵은 정권 안전의 ‘만능보검’이 아니라 북한 경제를 질식시키는 장애물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이후 11차례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고, 주요 광물 수출 차단, 에너지 공급 상한, 금융·해운 통제, 해외 노동자 송출 금지 등을 강화했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의 독자 제재가 겹치면서 북한은 국제 금융망과 무역 체계에서 배제됐고, 이는 경제발전을 어렵게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제재를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도 현실성이 낮다. 중국은 북한 교역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제2차 제재 위험을 감수하며 대규모 개발을 지원할 의지도 능력도 제한적이다. 러시아 역시 전쟁과 제재 부담 중이어서 장기적 산업·인프라 지원 능력이 부족하다. 북한 경제가 실질적 성장을 이루려면 국제 금융·투자·기술·무역 체계에 편입돼야 하는데, 핵무기에 집착하는 한 이는 불가능하다.


핵과 군사력 건설에 따른 재정 부담도 막대하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핵 개발 지출 비용은 최소 11억∼16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4년치 식량 부족분을 메울 규모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비중도 최대 26%로 경제발전을 가로막는다. 북한이 주장하는 ‘자위적 억제력’ 논리는 현실성이 낮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도도 능력도 갖고 있지 않다. 북한 권력 엘리트는 체제 결속을 위해 외부 위협을 과장해 왔는데,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를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며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강조한다. 그러나 사회주의 체제들이 무너진 것은 외부 침략이 아닌 경제적 실패 때문이었다.


김정은이 경제발전을 원한다면 비핵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핵을 포기하면 제재에서 벗어나 국제 금융·투자·기술 협력에 접근할 수 있고, 베트남과 같은 개혁·개방형 성장 경로도 가능해진다. 비핵화는 제재를 풀고 군사비 부담을 줄여 경제개발 자원을 확보하게 한다. 100만 명이 넘는 상비군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인력을 산업·건설·농업에 투입한다면 생산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개방적 자강이다. 경제발전 목표를 달성하려면 비핵화와 경제개혁의 병진을 택해야만 한다.


* 본 글은 3월 9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차두현

부원장, 수석연구위원, 센터장

차두현 부원장은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동맹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위기정보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경기도 외교정책자문관(2015~2018),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2015~2017),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17~2019)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겸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국제관계분야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보고서 및 저서 100여건이 있으며, 정부 여러 부처에 자문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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