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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中 ‘서해 영해화’ 시도, 국제법으로 무력화 해야

작성자
심상민
조회
64
작성일
25-08-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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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서해안에 설치한 구조물은 중국의 영해 침략의 첨병일까. 중국은 서해 한중 어업협정상 잠정조치수역(PMZ)에 부유식 구조물을 지속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PMZ는 한국과 중국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곳이다. 두 나라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설정하기에는 너무 가까워 생긴 일종의 공동관리 구역이다.

 

공동관리 구역이라지만 한국은 중국의 구조물 설치가 불편하다. 중국은 한국과 논의도 없이 구조물을 설치한 데다 한국 측의 구조물 조사도 거부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중국은 과거 남중국해 인근 필리핀 측 EEZ에 인공섬을 만들고 해당 수역을 자국의 내해(內海)화하려 시도한 이력이 있다. 한국의 불안은 점점 더 커져간다.

 

구조물을 당장 치우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외교적 유감 표명은 하고 있으나 중국이 구조물을 치울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G2의 한 축인 중국에 무력을 행사하기도 부담스럽다. 결국 남은 해결책은 법이다. 국제법과 협약을 이용해 중국의 구조물을 치울 방법은 없을까.

 

 

구조물 설치했다면 韓 조사도 허락해야


현재 서해상에 설치돼 있는 중국의 해상 부유식 구조물은 선란 1호와 2호다. 선란 1호의 경우 2020 3월 우리 해군이 처음 발견했다. 실제 설치는 그보다 이른 2018 7 2일인 것으로 추정된다. 선란 2호는 2024 5월에 서해에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5 9일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칭다오조선소에서 해당 구조물이 완공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2기의 철골 구조물 외에도 서해 구조물이 더 있다. Atlantic Amsterdam’이라는 명칭의 구조물이 선란 1, 2호 인근 해역에 있다. 이 구조물은 1984년에 석유 시추 시설로 제작됐다가 2013년 해상 부유식 호텔(floatel)로 개조됐다. 2022년 이후 선란 1호 북서쪽 1.8㎞ 떨어져 있는 해역에 놓여 있다. 중국 측 설명에 따르면 선란1, 2호 관리 인원의 지원 시설, 즉 숙소로 사용되고 있다.

 

두 구조물은 모두 우리나라와 중국 간 EEZ 경계획정선 인근에 있다. 정확히는 한중 EEZ를 가르는 잠정 선인 ‘중간선’에서 중국 측에 치우친 해역에 있다. 중국 측에 가깝게 설치된 만큼 한국이 권리 침해를 주장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국은 일관되게 구조물이 단순 양식장이라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해당 구조물이 양식장이 아닌 서해의 실효적 지배를 기도하는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양식장의 형태를 보면 의심의 여지는 충분하다. 양식장은 목표 해역에서 떠내려가지 않게 네 개의 케이블로 바닥에 고정돼 있다. 중국은 부유식 구조물이라 말하지만 실제로 고정식 구조물에 가깝다.

 

구조물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2 26일 오후 2 30분쯤 한국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조사선인 온누리호가 점검을 시도했다. 구조물 반경 1㎞ 거리까지 접근하자, 중국 해경과 고무보트 3대에 나눠 탄 중국인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온누리호에 접근해 조사 장비 투입을 막았다. 근처에 대기하던 한국 해경도 함정을 급파했다. 현장에서 중국과 한국 해경이 2시간여 대치했다. 중국 측은 해당 구조물이 양식장이니 조사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한국 측은 정당한 조사 방해에 반발했다.

 

3 21일 도쿄에서 개최된 외교장관 회담에서 조태열 당시 외교부 장관은 중국이 서해 PMZ에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서해에서 중국의 활동으로 인해 우리의 정당하고 합법적 해양 권익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조사 방해에 항의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해양 권익에 대한 상호 존중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이 문제에 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자”라고 말하며 이 문제가 양국 외교 현안이 됐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가 국제법 위반인지 확인하려면 두 가지 조약을 확인해야 한다. 하나는 한중 어업협정이고, 다른 하나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다. 한중 어업협정은 2001 6 30일에 발효됐다. 한국과 중국 간 양국의 EEZ 주장이 중첩되는 서해에서 불거지는 어업 문제를 관할하는 내용이다.

 

 

한중 어업공동위 권고로 추가 설치 방지


EEZ의 범위는 국토에서부터 직선거리 400해리의 수역까지다. 서해를 맞대고 있는 양국 해안의 최소 직선거리는 102.59해리다. 양국 간 거리가 그만큼 짧다. 일부 지역에서는 각국의 EEZ가 중첩되는 부분이 생긴다.

 

한중 어업협정은 양국의 EEZ가 중첩되는 구역을 PMZ로 설정했다. 이 수역에서는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해양생물자원의 보존과 합리적 이용을 위해” “공동의 보존 조치 및 양적인 관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수역에서는 기국주의(旗國主義)가 적용된다. 공해상의 선박처럼 선박이 등록된 국가의 법률을 적용받는다는 의미다. 한·중 양국은 자국의 국민과 어선만 관리할 수 있다. 타국의 국민과 어선에 대해서는 한중 어업협정을 위반하는 사례를 발견하더라도 이를 단속할 수 없다. 타국 국민과 어선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정도가 가능하다. 협정 위반 사실 및 관련 정황을 타국에 통보할 수도 있다.

 

한중 어업협정은 어업활동에 대한 규율이다. 어업 외 문제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서해 수역에서 발생하는 어업활동과 관련이 없는 다른 행위에 대해서는 국제법으로 따져봐야 한다.

 

이를 종합하면 중국이 양식업 목적으로 잠정조치수역 내에 선란 1, 2호를 설치한 행위 자체는 한중 어업협정의 규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물론 중국이 설치한 구조물이 ‘항행 및 조업의 안전을 확보하고, 해상에서의 정상적인 조업질서를 유지’하는 데 장애를 초래할 경우 한중 어업협정의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기국주의가 적용된다. 한국이 중국의 어로 활동에 제약을 가할 수는 없다.

 

대신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에 중국 서해 구조물 설치 문제를 상정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중국이 설치한 구조물이 잠정조치수역 내 조업 질서의 유지 및 해양생물자원의 상태와 보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은지 집중적으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한국은 중국 측에 해양환경 보호 및 어족 자원 관리도 촉구할 수 있다. 지속적 의문 제기와 관리 촉구는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의 권고로 이어질 수 있다. 권고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중국의 구조물 추가 설치는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중국은 이 권고를 존중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EEZ 경계획정 합의 중 ‘자제 의무’ 위반


유엔해양법협약은 EEZ에 대한 규정이 대부분이다. EEZ 경계획정이 이뤄지지 않은 서해에는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 많다. 하지만 EEZ 관련 규정을 제외하더라도 중국의 구조물 설치를 막을 방법은 있다.

 

유엔해양법협약 제56조는 연안국이 자국의 EEZ에서 “인공섬, 시설 및 구조물의 설치와 사용”에 관한 관할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중국이 중국 측 EEZ로 인정될 수 있는 수역에서 인공섬이나 시설, 구조물을 설치 및 사용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한편 제60조는 “인공섬·시설 및 구조물은 섬의 지위를 가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인공섬이나 시설·구조물은 자체의 영해를 가질 수 없다. 중국이 서해에 어떤 구조물을 설치하더라도 이를 통해 영해, EEZ 또는 대륙붕의 경계획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의미다.

 

유엔해양법협약에는 EEZ 경계획정에 대한 내용도 있다. 협약 제74조는 서로 마주 보고 있거나 인접한 연안을 가진 국가 간 EEZ 경계획정에 대해 다룬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EEZ 경계획정은 국제법을 기초로 하는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다. 합의에 이르는 과도기에는 이를 방해해선 안 된다. 이를 ‘자제 의무’라 한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를 자제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서 언급했듯 선란 1, 2호와 인근 구조물은 양국의 EEZ 획정의 잠정 기준선이 될 수 있는 중간선 서측에 설치돼 있다. 중간선이 그대로 EEZ의 경계가 된다면 이 구조물들이 자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중국이 구조물 설치를 빌미로 중간선 인근에 EEZ 선언을 한다면 자제 의무 위반이다. 아직 한중의 서해상 EEZ가 획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서해 PMZ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행위가 한국의 권리를 얼마나 침해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중국의 구조물 설치로 해당 수역에서 한국 어선의 어로활동이 방해받거나 해양환경의 파괴 또는 해양생물자원의 감소와 같이 바다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 역시 자제 의무 위반이다.

 

유엔해양법협약 제192조는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국가들의 의무를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 협약 206조는 “각국은 자국의 관할권이나 통제하에 계획된 활동이 해양환경에 실질적인 오염이나 중대하고 해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해양환경에 대한 이러한 활동의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고, 이러한 평가의 결과에 관한 보고서를 송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이 서해에 띄운 구조물의 정체가 그들의 주장대로 연어 등 양식 시설이더라도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다. 양식어업으로 인해 해양환경 및 어족 자원에 실질적인 오염이나 중대하고 해로운 변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이 이 구조물을 서해에 설치할 때 환경영향평가를 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만일 중국이 환경영향평가 없이 구조물을 서해 PMZ에 설치했다면 한국은 중국이 유엔해양법협약 206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온누리호 조사 방해 사건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 온누리호 조사단이 중국 서해 구조물의 잠재적 환경영향을 측정하고 파악하러 나선 것인데 중국 측의 방해로 예정했던 조사를 시행하지 못했다. 유엔해양법협약 13조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 시행 전 양국은 평가의 기준이 되는 조사를 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한국은 중국이 설치한 구조물이 해양환경에 실질적 오염이나 해로운 변화를 일으켰는지 조사할 정당한 권한이 있다. 중국은 한국의 정당한 권한을 침해했다.

 


중국의 서해 침탈 야욕 국제법으로 막을 수 있어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는 그 자체로 한중 어업협정이나 유엔해양법협약 규정의 직접적 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구조물 설치 전에 양국 조업 질서의 유지나 해양생물자원 보존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했다. 한국 어선의 조업을 방해하거나 해양자원 오염을 야기한다면 한중 어업협정의 목적과 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구조물 설치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경우 이들 구조물의 위치와 밀도에 따라서는 유엔해양법협약 제74조상 자제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이 같은 사실을 중국에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중국이 서해에 구조물을 더 설치한다면 양국의 협정은 물론 유엔해양법협약을 어기게 된다는 우려도 전달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중국이 무성의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 중국이 한발 더 나아가 서해 구조물을 영해나 EEZ 설정의 기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만약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최후의 수단이 있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를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제소하는 방안이다. 해양 권리에 관한 문제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양국 합의 없이 당사자 한 편이 단독 제소할 수 있다.

 

한국이 제소에 나선다면 중국은 서해 구조물 설치가 국제법상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2006 4월 자국 인근 해양에 대해 강제 관할권 배제 선언을 했다. 강제 관할권 배제 선언은 국제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유엔해양법 제287조는 당사국이 “자국 내에서 분쟁화될 위험이 있고, 자국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 등에 강제 관할권 배제 선언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도 과거 이 선언을 이용해 영해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도 했다. 한국은 2006 5월 독도 인근에 강제 관할권 배제 선언을 했다. 이로써 일본은 독도 분쟁에 관해 국제법 제소가 불가능해졌다.

 

이를 우회할 방법도 있다. 2016년 남중국해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중국은 인공섬을 통해 필리핀의 EEZ를 자국 영해화하려 했다. 인공섬이 아니라 자연 발생한 섬이라며 필리핀의 EEZ를 노린 것이다. 필리핀은 이에 중국을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했다. 상설중재재판소에서도 국제분쟁의 법적 해결이 가능하다. 중국은 강제 관할권 배제 선언 때문에 남중국해 문제가 제소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PCA는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필리핀의 제소 취지가 해양 경계 획정 등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해당 제소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설치를 문제 삼지 않았다. 대신 유엔해양법협약 제60 8항에 의거, 중국이 설치한 인공섬의 법적 지위 확인을 요청했다. 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이 설치한 인공섬을 자연 발생한 섬이 아니라고 규정하면 중국은 필리핀 EEZ를 자국 영해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한국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다. 중국이 서해 구조물을 기점으로 영해나 EEZ를 주장한다면 서해 구조물의 법적 지위를 확인해 달라는 청구 취지를 제출할 수 있다. 중국의 강제 관할권 배제 선언을 무력화하면서 실질적으로 중국의 영해나 EEZ 설정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는 소송 전략이다. 중국 서해 구조물이 해양환경에 미칠 실질적이거나 중대하거나 유해한 영향을 문제 삼아 별도의 청구 취지를 제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 본 글은 731일자 신동아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심상민

선임연구위원

심상민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서울대학교 사법학과를 나왔으며,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에서 국제법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한국 전력산업에서의 기후변화 법-정책 문제를 연구주제로 하여 법학박사학위(JSD)를 취득하였고, 미국 환경법연구소(ELI) 방문연구원,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조교수,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카이스트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초빙교수를 역임하였다. 국제법 강의 외에 다양한 국제법 이슈에 관해 연구 및 정부 자문을 행하고 있으며, 특히 핵비확산·북핵 문제, 해양법, 북한인권, 국가책임, 기후변화, 그리고 비전통안보 현안(환경, 에너지, 경제, 인간안보)을 주요 연구분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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