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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린 G7(주요 7국) 정상회의에 주최국인 캐나다의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서 정체성과 서방국가들과 함께 자유주의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변함없이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자 기술·안보·외교에서 중견국의 위상을 넘어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G7이나 QUAD와 같은 핵심 국제 협력 메커니즘의 ‘초청국’ 또는 ‘비공식 파트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한국의 실질적 위상과 역할에 비춰볼 때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국익 증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우리는 초청국에서 벗어나 G7과 QUAD의 정식 멤버가 되어야 하고, 이는 새 정부가 추구하는 ‘실용 외교’와도 부합한다.
지난 4월 아산정책연구원이 개최한 국제회의인 ‘아산플레넘’에서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부장관은 “주요 국제회의에 한국이 더 참여해야 한다. 이는 한국이 G7에 포함되고 QUAD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하며 국력과 국제적 위상에 맞게 한국이 더 많은 국제 포럼에 참가하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7은 석유 파동으로 인해 촉발된 세계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함께 설계한 글로벌 경제 협의체로 출발했고 초기에는 세계 경제 및 금융 위기에 대한 선진국 간 협의체였는데, 지금은 외교·안보·기후변화·디지털 질서 등 국제 질서를 주도하는 정치 연합으로 기능하고 있고 앞으로 역할과 영역이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QUAD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국이 중국의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안보 협의체다. 2007년 처음 등장한 뒤,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본격적으로 재가동되었으며, 2022년 5월 바이든 대통령은 “QUAD는 전체주의에 대항해 어떻게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갈 것인가 논의하는 모임”이라고 규정했다.
QUAD는 단순한 안보 플랫폼을 넘어 백신, 반도체, AI, 해상 안보, 사이버 안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인도-태평양 공급망 구축과 해양 안보에서 한국이 참여할 여지는 매우 크다. 한국 해군은 이미 세계 6위 규모이며, 해양 초계, 소해 능력, 첨단 이지스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QUAD 해상 훈련의 주요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QUAD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서도 한국 참여는 필수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 일본이 구상 중인 기술 동맹에 필수적 자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시작된 관세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와 무역 질서가 불안해지고 있는 가운데, 다자간 협력체인 G7과 QUAD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G7과 QUAD 가입은 한국에 리스크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지금이라도 참여하면 ‘룰 세터(rule-setter)’가 될 수 있지만, 뒤늦게 참여하면 ‘룰 테이커(rule-taker)’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 질서 새 판이 짜이는 이 시기에 한국이 결정적 존재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면, 향후 수십 년간 새로운 질서 속에서 주변부 국가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은 민주주의와 규범에 입각한 질서에 속한 나라이며, 이 질서를 지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길이고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실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본 글은 6월 23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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