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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란 핵 집착 꺾은 트럼프의 다음 카드는 …'세기의 협상판' 깔린다

작성자
장지향
조회
75
작성일
25-06-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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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1(미국 동부시간 기준) 미국이 이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의 핵시설을 전격 공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하고 전 세계의 안전을 확보할 필수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만이 파괴할 수 있는 지하 80m 요새인 포르도 핵시설을 초대형 벙커버스터와 B-2 스텔스 폭격기로 완전히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중동의 무력 충돌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인 건 바로 이스라엘의 이란 핵 선제공격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방공·정보·지휘체계를 무력화하며 압도적 우위를 확보한 뒤 미국을 집요하게 설득해 마침내 이스라엘·이란 전선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공격 다음날 이란을 상대로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최대 압박을 가한 트럼프는 23일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합의를 전하며 다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란은 트럼프가 말한 휴전 합의가 최종 결정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완화 흐름은 중동 정세에 분수령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 "무기한(unlimited)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AI 기반 작전

 

6 12일 새벽 이스라엘은 '일어서는 사자' 작전으로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작전명은 유대인을 사자처럼 용맹한 민족으로 묘사하는 구약 성경에서 따왔다. 이스라엘 공군의 공중전과 정보국 모사드의 침투 작전으로 이란의 방공망과 내부 정보망은 순식간에 뚫렸다. 이란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조차 가늠하지 못한 채 혼란에 빠진 듯 보였다. 이번 작전은 사이버 공격, 유인 전투기, 무인 드론, 인공지능(AI) 기반 분석·식별 기능이 정교하게 융합된 21세기 하이브리드 공작의 교본을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이란도 반격에 나섰다. 텔아비브, 예루살렘에 미사일과 드론 200여 발을 쏟아부었다. 미사일 일부가 방공망을 뚫고 이스라엘 국방부 청사와 군 기지뿐 아니라 병원과 민간인 거주 지역에 떨어졌다. 이에 이스라엘도 이란의 가스 시설과 공항, 정부 건물을 공습하며 대응했다. 현재(6 23일 기준)까지 이란에서는 민간인 약 200명을 포함해 450~650명이, 이스라엘에서는 민간인 24명이 사망했다. 수세에 몰린 이란은 무차별 해킹 공격을 시작했고 이스라엘도 사이버 맞보복에 나섰다.

 

 

시리아 정권 교체와 IAEA 결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선제공격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의 위협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작전을 계속할 것이며 최소 2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란 핵 위협의 제거는 권위주의 철권통치에 고통받는 이란 시민에게 좋은 일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이 본격화된 2000년대 초반부터 핵시설에 대한 군사 행동을 고려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기회가 찾아왔다. 친이란 무장 대리 조직들이 약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12월 친이란 성향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마저 반군의 기습 공세로 갑작스럽게 붕괴됐다. 이처럼 이란의 군사력이 극도로 약화된 '기회의 창'이 잠시 열렸고, 이스라엘은 이를 신속하게 활용했다.

 

이번 선제공격에서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상공을 거쳐 이란 본토로 진입했는데, 특히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방공망이 사실상 무력화된 시리아 영공에서 공중급유와 드론 요격 등 군사작전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선제공격의 명분도 마련했다. 공격을 결정하기 하루 전인 6 1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2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자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며 핵 활동 확대를 선언했고 NPT 탈퇴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분열 물질을 이미 확보해 수일 내 최대 핵폭탄 15기의 제조가 가능하다고 목청을 높였고 바로 공격을 감행했다.

 

 

결사 항전 외친 이란…현실은 '뚫린 방공망'

 

이란은 자국의 핵 활동이 평화적 과학기술 개발이며 주권의 정당한 행사라고 역설했다. 또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이 유엔 헌장 제2 4항을 위반한 불법적 침략이라고 규정하며 공습으로 희생된 이들을 순교자라 칭했다.

 

이에 따라 이란의 보복 대응을 국제법상 정당한 자위권 행사로 강조했다.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결사 항전을 외치는 이란에 현실적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이미 이란의 방공망은 속수무책으로 뚫렸고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이란 영공에서 거리낌 없이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이스라엘 작전에서 모사드가 이란 내부 정보를 정교하게 활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권 엘리트들을 극도의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여기에 오랜 제재로 이란의 공군력은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란은 과거부터 레바논, 가자지구, 시리아, 예멘, 이라크 등지에서 프록시 조직을 키워 대리전을 중심으로 안보 전략을 설계해왔지만, 현재 이들 대부분이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그나마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맞서고 있으나 잔여 재고가 1500기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있으며, 최근 미국까지 개입하면서 이마저도 쉽게 소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란의 강경파 지배층이 정권의 내부 결속을 위해 미사일 전력 과시에 몰두하는 동안 사회 곳곳에서는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스라엘은 부수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과식 표적 타격을 수행했다지만 이란 민간인이 200명 가까이 죽었다. 나아가 이스라엘과 미국이 테헤란을 떠나라고 여러 차례 경고한 후에도 이란 정부는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대피 안내조차 내보내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당국이 내부 정보 유출 방지와 간첩 색출을 명분으로 인터넷까지 차단하면서 시민들은 스스로 정보를 얻을 마지막 통로마저 박탈당했다. 공포와 불신은 순식간에 번졌고,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이 사우스파르스 가스전과 주요 정유시설을 타격하자 곧 심각한 전력 부족이 닥칠 것이라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민심은 더욱 흉흉해졌다.

 

 

美 핵시설 타격 후 휴전…이란 출구전략은

 

전쟁을 반대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2025 4월부터 이란과 새로운 핵협상에 나서 5차례에 걸쳐 외교적 해법을 타진했다. 1기 때와 달리 2기에는 기존의 제재·압박 외에도 대화를 병행하고 이란의 민간용 핵에너지 프로그램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협상은 6월 들어 급격히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농축 활동 전면 포기를 요구하자,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농축 권리는 주권이라며 강경하게 맞섰다. 그러던 중 이스라엘이 단독 선제공격 의사를 내비치자 이란에 압박감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판단해 이를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선제공격을 통해 압도적인 기세로 이란을 타격했으나 이스라엘의 군사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을 끈질기게 설득했을 것이고 결국 지난 주말 미국은 이란 핵시설 3곳을 직접 타격하는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을 감행했다. 정밀한 평가가 더 필요하지만, 미국의 이번 타격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수년 이상 지연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직접 개입을 마주하며 결국 이스라엘과 휴전으로 국면 돌파를 선택한 이란 강경파 지배층은 정권 생존을 위해 치열한 출구전략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란은 24 "이스라엘 공격 중단 시 우리도 대응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란은 향후 미국, 이스라엘과 협상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파괴된 핵시설에 대한 평가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잠깐의 휴전 후 다시 반격을 도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란의 대리 세력들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한때 이란의 최대 전략자산이었던 헤즈볼라조차 지금은 조직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약화돼 이스라엘·이란 전선에 휘말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

 

결국 이스라엘과 완전한 전쟁 중단 및 미국과 핵 개발을 포함한 평화 협상의 길을 출구전략으로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공습에 핵시설이 얼마나 파괴됐는지가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란이 핵무기 보유 의지를 접지 않는 한 휴전은 잠시 쉬어가는 갈등일 뿐 중동 상황이 새로운 긴장 완화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이란 핵 의지를 완전히 꺾으려는 트럼프가 이란을 상대로 어떤 제안을 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이스라엘의 전략적 판단도 관전 포인트다. 이스라엘은 궁극적으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이스라엘 제거'라는 목표를 철회하거나 이를 집요하게 추구하는 강경파 집권 수뇌부가 무너지기를 바란다. 둘 다 당장 어렵다면 적어도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란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체계는 자신의 힘으로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왔다. 하지만 뱀의 머리를 제거하는 정권 교체는 이스라엘이 아닌 이란 시민의 손으로 이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사담 후세인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전후 안정화에 실패해 이라크는 심각한 혼란에 빠졌고 그 결과 극단주의 세력이 확산되며 중동 전역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이후 외부 세력에 의한 정권 교체는 중동과 국제사회 모두가 진저리 내며 피하려는 금기된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 본 글은 624일자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장지향

수석연구위원, 센터장

장지향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이자 지역연구센터 센터장이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2012-2018)을 지냈고 현재 산업부, 법무부, 국방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주의와 독재, 극단주의 테러와 안보, 국제개발협력 등이다. 대표 저서로 중동정치를 비교분석한 «최소한의 중동 수업» (시공사 2023), 클레멘트 헨리(Clement Henry)와 공편한 The Arab Spring: Will It Lead to Democratic Transitions? (Palgrave Macmillan 2013), 논문으로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정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전망” (아산이슈브리프 2022), 『중동 독재 정권의 말로와 북한의 미래』 (아산리포트 2018), “Disaggregated ISIS and the New Normal of Terrorism” (Asan Issue Brief 2016), “Islamic Fundamentalism”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2008)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와즈 게르게스(Fawaz Gerges)의 «지하디스트의 여정» (아산정책연구원 201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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