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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87.9%로, 미국의 24.9%, 일본의 45.1%, 중국의 37.3%보다 거의 두 배 이상 높다. 이는 우리의 성장과 번영의 발판이 된 수출 중심 성장 전략의 결과이다. 이렇게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에는 가입했으면서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는 참가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교역에서 미·중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2024년 대중(對中) 무역은 약 2728억 달러(약 371조9600억 원), 대미(對美) 무역은 약 2005억 달러(약 273조3800억 원)로 각각 전체 교역의 20.8%, 15.3%를 차지했다. 이들 국가는 협력 파트너인 동시에 경제적 압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중국은 방어무기 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문제 삼아 우리 경제에 압력을 가했고,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미국 우선’을 내세우며 동맹국에도 과중한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런 압력에 맞서는 우리의 대응 전략은, 무역의존도를 낮추거나 무역 파트너를 다변화하는 것이다. 산업 구조의 전환이 필요한 전자는 단기간에 실현하기 어려우므로 현재 우리에게 최선의 대안은 무역 다변화이다. 이 점에서 CPTPP 가입은 필수이다. CPTPP는 일본·호주·캐나다·멕시코·베트남 등 12개국의 다자무역협정으로, 세계 GDP의 약 15%를 포괄한다. 우리가 CPTPP에 가입할 경우 연간 실질 GDP가 약 0.33∼0.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조업에서 관세 철폐와 비관세 장벽 완화 효과가 기대된다.
CPTPP는 지식재산권, 투자, 정부 조달, 디지털 무역 등 선진 무역 규범을 포괄하고, 디지털 무역과 전자상거래 데이터 이전 분야 등에서의 협력 내용을 담고 있어 미래형 선진 무역 규범의 집약체이므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주의 흐름 속에서 반드시 참여해야 할 협력 틀이다. 우리나라는 2021년 가입을 천명한 이후 실질적 진전은 없었는데, 협정에 명시된 모든 조항의 수용이라는 가입 조건이 있으나 일부 유예나 추가 협상이 가능한 만큼, 새로운 경제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 유연하게 접근해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는 59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지만, 정작 이웃한 5위 교역 상대인 일본과는 FTA가 없다. 한일 FTA는 무역 자유화를 넘어, 공급망 협력과 기술 표준 공동 정립, 반도체 소재 협력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경제 리스크 분산에 기여할 수 있다. 물론 국민 정서, 무역적자 확대 우려,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에 대한 민감성 등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한일 FTA는 양국 간 경제 협력의 긴밀화를 통한 경제공동체 형성, 외교적 신뢰 회복, 안정적 협력 구조 정착에 기여할 수 있고,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실용주의 외교 노선과도 부합한다. 우리가 당면한 경제 및 안보 여건을 고려할 때, 생각이 서로 다르고 갈등 현안이 있는 상대와도 이익을 위해서는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므로 한일 FTA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환경 변화에 대한 탄력성 강화와 경제의 미래를 위해 CPTPP 가입과 한일 FTA 체결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 본 글은 7월 4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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