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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에드윈 퓰너 박사의 서거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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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
작성일
25-07-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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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은 2025 7 18일 별세하신 에드윈 J. 퓰너 박사의 부고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퓰너 박사님은 미국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의 창립자이자 이사, 그리고 최장수 회장이었습니다. 그는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지대한 영향을 남긴 진정한 우군이었습니다. 고인의 배우자 린다 여사와 유가족께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퓰너 박사님은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명이자 보수주의 운동의 상징적 존재였습니다. 그는 현대그룹의 창업주이자 명예회장이었던 고 정주영 회장과도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퓰너 박사님은 생전에 헤리티지재단 내 아시아연구센터의 소장을 역임하며, ‘정주영 외교정책 펠로(Chung Ju-yung Fellow for Foreign Policy Studies)’으로 활동했습니다. 이는 고 정 회장과 퓰너 박사님의 각별한 관계를 기리고자 신설된 직책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퓰너 박사님은 아산정책연구원의 창립자이신 정몽준 명예이사장의 각별한 친구이자 스승이었습니다.

 

2008년 아산정책연구원 설립 이래, 퓰너 박사님은 연구원의 든든한 후원자였습니다. 그는 국제자문위원으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연구원이 주최한 주요 국제회의마다 연사로 참석하였습니다. 또한 그의 리더십 아래 헤리티지재단과 아산정책연구원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정몽준 명예이사장님과 퓰너 박사님의 인연은 아산정책연구원이 설립되기 훨씬 전인 40여 년 전, 정 명예이사장님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고등국제대학원(SAIS)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을 때부터 이어졌습니다. 당시 헤리티지재단은 주로 미국 국내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퓰너 박사님은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대외관계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한미, 미일 동맹에 대해 폭넓게 저술하며,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동맹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퓰너 박사님은 정 명예이사장님의 박사과정을 적극 지원하며, 미국 정치와 외교정책에 관한 깊은 지식과 통찰을 아낌없이 나누었습니다. 정 명예이사장님의 귀국한 이후에도 두 분은 꾸준히 연락을 이어갔으며, 정 명예이사장님이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퓰너 박사님을 뵙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퓰너 박사님의 헤리티지재단 운영은아이디어의 전쟁(battle of ideas)’ 속에서 사상을 정책으로 구현해낸 모범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전 세계 싱크탱크들이 본받고 있는 혁신적인 연구 및 정책제안 방식을 선도하였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설립 아이디어도 바로 퓰너 박사님, 정 명예이사장님, 그리고 여러 전문가들이 회동에서 논의했던 것입니다. 당시 한국에는 수십 개의 국책연구기관이 있었지만, 정부에 직언할 수 있는 재정적·운영적 독립성을 갖춘 싱크탱크는 드물었습니다. 퓰너 박사님의 조언과 지원은 오늘날 아산정책연구원이 설립되고 발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퓰너 박사님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래 모든 미국 행정부의 세계관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1987 3월 정 명예이사장님과 그의 부친인 정주영 명예회장님이 레이건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면담할 수 있었던 것도 퓰너 박사님의 주선 덕분이었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퓰너 박사님과 헤리티지재단을 얼마나 높이 평가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했던 퓰너 박사님의 신념을 드러내는 사례였습니다.

 

미국 지도자들은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 유지를 위한 동맹국과의 협력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퓰너 박사님은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America First America Only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남기곤 했습니다.

 

정 명예이사장님이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두 분은 한미동맹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퓰너 박사님은 미국 보수진영의 상징이었지만, 그의 기여는 초당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2002년에는 헤리티지재단 회장 재임 25주년을 기념하여 김대중 대통령이 그에게 양국 관계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수교훈장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삶과 유산은 오늘날 한국 정치의 스펙트럼을 넘어 모두가 되새겨야 할 가치입니다.

 

에드윈 퓰너 박사님의 별세는 미국 정치와 헤리티지재단이라는 조직에 있어 하나의 시대가 저문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의 비전을 따라 계속 전진해 나갈 것입니다.

 

그가 2024년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남긴 마지막 연설 중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미관계는 오랜 세월을 견뎌낸 사상과 인물, 그리고 제도의 동맹입니다. 여러분은 그러한 관계를 구체적으로 구현해내는 존재이며, 이 동맹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사상과 지혜를 만들어내는 주체입니다.”

 

우리는 그의 지혜로운 조언과 우정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퓰너 박사님은 한미동맹의 실체를 몸소 보여준 존재였습니다.

 

이제 퓰러 박사님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우리는 결코 그분을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퓰러 박사님께서 언제나 편지와 연설을 마무리하던 그 한마디처럼

계속 나아갑시다! (On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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