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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의 지위와 평화헌법의 군사력 사용 제약에서 벗어나고자 ‘정상국가화’ 시도를 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7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인상 및 반격능력 확보를 통해 방어 중심 전략을 넘어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춘 ‘안보 대전환’을 모색 중이다.
일본의 재무장은 병력보다 장거리 타격 및 도서 탈환용 상륙 능력 확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상자위대는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신형함 확대 및 기존 항모 2척에 F-35B 수직이륙기를 추가한다. 항공자위대는 2035년까지 전투기의 3분의 1을 스텔스기로 전환하고, 정밀 유도폭탄을 운용해 공격 능력을 보강한다. 육상자위대도 수륙기동단을 완편하고, 사거리 1000㎞ 이상 순항미사일을 배치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자위대의 전력 증강은 제한적이다. 인구 절벽과 자위대의 낮은 위상으로 증원은 어렵고, 대부분 전력은 중국에 위협받는 남서 도서 지역에 집중돼 본토 방어는 취약하다. 반격 능력은 독자적 작전보다 미·일 연합작전으로 운용되며, 주일미군과의 지휘통제 체계 통합이 핵심이다. 미국의 승인과 지지가 있어 일본의 재무장도 가능했다. 센카쿠 문제로 중국을 적(敵)으로 인식한 일본은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태 전략의 핵심 파트너가 됐다. 최근의 미·일 무역 갈등도 이런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중국의 해양 진출, 러시아의 동북아 활동 증가로 인·태 위협이 급증하면서 정보 공유, 미사일 경보체계 연동, 연합훈련 등 한·미·일 협력이 절실해졌다. 일본 재무장은 이런 협력의 전제이자 전력의 기반이 된다. 일각에서는 일본 재무장이 중국과 북한의 반발을 야기해 동아시아 안보를 위협할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일본 재무장의 원인은 북·중 군비 증강이다. 북·중의 공격적 군비 증강은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까지 위협한다. 따라서 북·중의 행태에는 침묵하면서 일본 재무장만을 우려하는 것은 위협의 원인과 우선순위를 혼돈한 주장이다.
물론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우리에게 잠재적 위협이다. 과거사와 독도 영유권 문제를 고려할 때,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은 일본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한국은 일본의 정보 감시 능력을 통해 북핵 위협 탐지 및 요격 능력 보완, 전면전 때 한·미·일 3국 해상 공동작전으로 북한 잠수함과 기뢰의 해상 운송 봉쇄 시도 무력화 등을 할 수 있다. 또한, 3국 연합연습으로 서해상의 중국 위협에도 공동 대응할 수 있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증원 전력이 전개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현재 일본이 운용하는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은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의 전초기지 기능을 한다. 일본이 이들 기지 사용을 거부하거나 미·일 간 동맹 조율이 실패하면, 우리의 안보도 치명적인 공백을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전략이다. 이제는 한·일 관계를 ‘과거사 갈등의 프리즘’만으로 바라볼 때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 국가로서의 정체성과 한미동맹을 확고히 유지한다면, 일본 재무장은 위협이 아니라 안보 자산이 될 수 있다. 실용주의 정부로서 현명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책임이 무겁다.
* 본 글은 7월 18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연구위원, 실장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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