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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K-방산, 이대로 괜찮은가? 국가 방위에 가격표 부착 신중해야

작성자
양욱
조회
207
작성일
25-08-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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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방위산업)의 열기는 여전하다.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도 K-방산이 주요 국정 과제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익 중심의 외교 안보’라는 기치 아래 국방 분야에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강군’을 목표로 다섯 개의 국정 과제를 제시했다. 다섯 개 중 마지막 과제가 바로 ‘K-방산 육성 및 획득 체계 혁신을 통한 방산 4대 강국 진입’이다.

 


국가적 자부심의 K-방산


K-방산은 한국의 자부심이다. 150년 전 조선은 운요호(雲揚號)라는 일본 군함 한 척에 굴복해 굴욕적인 개항을 허용하는 불평등 조약을 맺었다. 75년 전 한국은 전차 한 대 없이 맨몸에 폭탄을 짊어진 육탄 돌격으로 나라를 지켜내야만 했었다. 6·25 전쟁이 끝난 직후에는 미국의 군사 원조에 의존해 겨우 나라를 지켜왔다. 닉슨독트린 이후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서야 겨우 기지개를 켰던 방산은 어느 사이 우리 중화학공업의 시발점이 됐다. 반세기도 안 된 시간에 세계 수준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방산은 무기를 만들어 낸다. 무기는 오직 국가만 독점할 수 있는 폭력이며, 국방력 정도를 가늠하게 하는 상징이다. 그래서 현대 분쟁에서는 강력한 첨단 무기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적대 세력에 대한 전쟁 억제력이 발휘된다. 그래서 무기와 방산은 외국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외국에서 도입할 때는 굉장히 훌륭한 무기여야만 한다.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해외 선진 무기 체계를 버겁게 뒤쫓던 K-방산은 이제 K-팝 만큼이나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다. K-9 자주포는 전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고, K-2 전차는 무려 1000대 이상 수출될 예정이다. 최초의 국산 제트 훈련기 T-50과 이를 경전투기로 개량한 FA-50은 필리핀, 폴란드, 인도네시아, 이라크,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 총 140대 이상이 수출됐다. 기술 집약체로 평가되는 탄도탄요격미사일 천궁2는 중동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세계에서 주목받게 됐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우리 국민에게는 신기하고도 즐거운 경험이다. 늘 세계 최초나 세계 몇 위 같은 타이틀로 자국 위상을 확인해 오던 한국인에게 K-방산의 약진은 국가적 자존감을 높이는 순간이었다. 이런 자존감은 어느 정권에게든 유용한 정치적 자산이 된다. 특히 수치화한 결과는 대통령의 치적으로 치환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방산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위상을 계측하는 수단이자 새로운 수출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무기 거래, 단순한 수출이 아니다


그러나 무기 거래, 즉 무기 체계의 해외 판매는 단순한 수출이 아니다. 애초에 무기는 사인이나 사업체가 보유할 수 없고, 오로지 국가만 독점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가 판매 대상이라고 해도 아무 나라에나 팔 수는 없다. 해당 무기로 자국을 공격할 수 있는 적국에 무기를 팔 우매한 국가는 없을 것이다. 혹은 적국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국가에 판매할 경우, 자국 무기의 기술이 적국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해외에서 도입해야만 하는 무기는 그만큼 첨단의 고성능이다. 제작국의 기술과 노하우가 그대로 적용돼 있다. 따라서 자국과 경쟁관계에 있거나 기술을 적극적으로 역설계하려는 국가에도 팔기 쉽지 않다. 그래서 민감한 기술이 적용된 부분은 함부로 뜯을 수 없도록 봉인 조치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아예 기술이전을 거래에 포함해 판매하기도 한다.

 

따라서 무기 거래의 핵심은 국가 간 신뢰다. 국가 간 무기 거래는 해당 국가 간에 무기를 팔 만큼, 즉 국가의 존망이 달린 국방 장비를 믿고 거래할 만큼 신뢰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그래서 보통 무기 거래는 판매국과 구매국 수뇌부 간에 정상회담 이후 그 결과가 확정되기도 한다. 이렇게 대통령의 판매국 순방이 거래에 신뢰를 부여하다 보니 대통령이 ‘1호 세일즈맨’을 자처하는 경우도 생긴다.

 

요컨대 무기 거래는 단순한 상품 수출이 아니라 국가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국방 협력이다. 따라서 방산 수출을 일반적인 상업 수출로 간주하고 실적으로 평가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얼마나 무기를 많이 팔았는가만으로 자부심을 느끼는 행위는 자칫 잘못하면 국가 전체가 죽음을 판매하는 무기 거래상으로 폄하될 위험이 있다.

 


방산 수출의 원칙부터 세워야


최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K-9 자주포가 베트남으로 수출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공산권 국가에 대한 첫 방산 수출 사례다. 앞서 판 반 장 베트남 국방부 장관은 2023 2월 방한해 K-9 자주포를 살펴보고 관심을 표했고, 베트남 서열 1위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최근 방한했다. 문제는 베트남이 여전히 북한과 수교 관계에 있는 국가라는 점이다. 베트남은 작년 북한 국방성 부상(국방 차관)과 차관급 회담을 하고 방산과 군사기술 등의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K-9 자주포 기술이 북한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데 과연 정부가 어떤 대책을 세웠을지 우려된다.

 

원칙 없는 방산 수출이 목격된 또 다른 사례는 바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다. 정부는 교전 중인 국가에 살상 무기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판매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전쟁 중에 우크라이나는 폴란드로부터 AHS 크라프라는 자주포를 이전받았는데, 이 자주포는 K-9 자주포 차대에 영국제 AS90 자주포 포탑을 올린 것이다. 아무리 구성품이라고 하더라도 애초에 폴란드가 한국에서 수입한 무기를 해외로 이전하려면 한국 정부 허락이 필요하다. AHS 크라프 자주포의 우크라이나 이전이 우리 정부가 허락한 사안이란 뜻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금지 정책은 유럽의 구매 국가에 커다란 불안과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폴란드는 당시 정부 결정이 러시아를 두려워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면서, 만약 폴란드와 러시아가 전쟁하는 도중에 한국이 러시아가 두려워 무기의 추가 판매나 후속 군수 지원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우려했다. 무기 거래의 토대가 돼야 할 신뢰 관계를 우리 정부가 스스로 흔드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산 수출을 거절하려고 했다면 우리 정부는 더욱 정교한 제도를 만들어 대응했어야만 했다. 예를 들어 국가 간 국방 및 방산 협력에서 국가별로 레벨을 나누고 특정한 자격 이상을 갖춘 국가에 대해서만 무기 거래를 허용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제도를 마련할 경우에는 특정 레벨 이상의 기존 거래국은 한국을 신뢰하고 지속적으로 방산 거래를 할 수 있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는 최소한 자국이 왜 거래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러한 제도의 기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국가 방향성을 정의한다.

 


수출을 넘어선 국격


그래서 K-방산은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국격이어야 한다.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에서 국익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국익이 자유, 평등,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에 어긋나고 그저 경제적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면 이를 고스란히 국익으로 보기 어렵다. 가치만을 내세우면서 실익을 챙기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단기간의 실익을 위해 가치와 질서를 내던지고 신뢰하지 못할 국가로 전락하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일이다.

 

특히 방산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바라보려는 풍조도 문제다. 과거 한 정권에서 방산을 신성장 동력으로 포장하면서 수출 실적을 성과로 만드는 풍조가 생겨났다. 그러자 주식이 요동치고 각 증권거래소는 온갖 애널리스트를 내세워 갑자기 방산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러한 풍조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K-방산은 어느덧 욕망이 됐다.

 

그러나 K-방산은 국가의 마지막 보루다. 볼트와 너트 하나하나가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것은 최악의 전장 상황에서 국가를 지켜내기 위함이다. 그러다 보니 방산의 구성 부품은 도대체 산업계에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 부품 하나하나의 가격을 평가하면서 원가를 통제하려는 방위사업청을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방산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발전을 저해하면서 K-방산 미래에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 경제성을 무시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지만, 국가 방위를 위한 노력에 함부로 가격표를 붙여서는 안 될 것이다.

 

 

* 본 글은 818일자 이코노미조선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양욱

연구위원, 실장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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