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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강력한 ‘자율적 자주국방’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외국 군대가 없으면 안 된다는 시각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16일 확정된 123개 국정과제 중 하나인 ‘한미동맹 기반 전방위적 억제 능력을 바탕으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도 맥락상 연결된다는 느낌이 든다.
핵시대, 달라진 ‘전시작전’ 패러다임
정부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의 이행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2014년 10월 한미 양국이 합의한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를 위한 능력 충족 △한미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 구비 △안정적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의 조성이라는 3대 ‘조건’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동안의 전작권 전환 노력은 주로 세 가지 조건 중 첫 번째인 한국군의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전시작전’의 패러다임은 현격히 바뀌었고, 이는 3대 조건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은 2020년대 이후 전술핵 능력을 집중적으로 과시하는 등 우리를 겨냥한 핵 위협의 수준을 한층 높였고, 2022년 ‘핵무력정책법’을 통해 핵무기를 임의로 사용할 근거를 갖췄다. 최근의 재래전력 증강 역시 핵무기를 실제 사용할 기반을 강화하는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이제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주요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에는 핵무기가 개입될 수밖에 없으므로, 재래전력만을 중심으로 한국군의 한반도 방위 주도 능력을 검증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따라서 북한을 포함한 외부 세력의 핵 사용과 이에 대한 핵 보복을 상정한 연합작전계획이 만들어져야 하고, 이러한 계획을 꾸준한 연습과 훈련을 통해 몸에 익혀야 한다. 우리의 재래적인 억제·방어 능력과 미국이 제공할 핵 보복 전력을 어떻게 통합 운용할 것인가, 그 속에서 각 기관(합동참모본부, 한미연합사령부, 미국 전략사령부 등) 간 소통의 모범정답은 무엇인가도 찾아내 한국 주도의 새로운 연합지휘 체제 내에 반영해야 한다.
두 번째 조건 역시 마찬가지다.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을 생각하면, 핵무기 사용 시 정권과 체제가 반드시 궤멸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평양에 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더욱 가시적 조치로 구체화되는 한편, 이와 유기적으로 결합될 우리의 ‘3축 체계’ 전력 역시 정해진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확보돼야 한다.
일부에서는 그러한 전력을 건설해도 전작권이 전환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자주’를 위해 필요한 것은 미군 장성의 손에 전작권이 쥐여지면 우리는 무력해진다는 걱정을 앞세울 게 아니라, 미국도 긴요한 전력을 보유한 우리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당당한 자신감이다. 한반도 및 지역 안보 환경 역시 북-중-러 3각 협력으로 인한 ‘핵 위협 연대’의 위험성을 내포한다는 점을 생각해, 전반적 안보 환경을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인내가 필요하다.
자존심 아닌 조건 충족이 실용적 접근
전작권이 과연 어느 정도의 주권이나 자존심 훼손에 해당하는가는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전시’는 한 국가의 생존이나 주권 자체가 위협받는 특수한 상황이다. 특정 시기에 집착하지 않고, 세 가지 조건 충족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실용’의 자세일 것이다.
* 본 글은 9월 23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부원장, 수석연구위원, 센터장
차두현 부원장은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동맹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위기정보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경기도 외교정책자문관(2015~2018),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2015~2017),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17~2019)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겸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국제관계분야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보고서 및 저서 100여건이 있으며, 정부 여러 부처에 자문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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