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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전작권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팩트시트'에도 전작권 전환 문제가 언급되었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은 우리 정부의 전작권 전환 추진을 "훌륭한 일"이라고 했지만, 이는 결국 미국은 중국 견제에 전념하고 한반도 방위는 한국이 맡도록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언제든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태도다. 또 핵과 미사일 능력도 날로 고도화하고 있다. 북·중·러는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반미·반서방 연대 강화를 다짐했다. 이들 권위주의 체제들은 업적을 위해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도전하고 다른 국가들을 침공하거나 위협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우리가 자주국방에 집착하여 전작권을 조기 전환한다면 이는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고, 북·중·러를 이롭게 할 뿐이다.
이제 한반도에서의 주요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에는 핵무기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데, 재래전력만을 중심으로 한국군의 한반도 방위 주도 능력을 검증하여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북한 도발을 부추길 수 있다. 항공모함, 핵잠수함, B-2 폭격기, 미사일 경보를 위한 감시정찰 위성 등 미국의 전략무기는 우리가 확보하기 어려운 핵심 억제력이다. 2025년 미국 국방예산 중 연구개발비는 192조 원(1,430억 달러)으로 국방예산의 16.8%를 차지하고 있다. 2025년 우리의 국방예산 중 연구개발비는 약 5조 원으로 미국의 2.5% 수준이다.
북한 핵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려면 북한의 핵 사용과 이에 대한 핵 보복을 상정한 연합작전계획이 만들어져야 하고, 이를 꾸준한 연습·훈련을 통해 몸에 익혀야 한다. 우리의 재래적 억제·방어 능력과 미국이 제공할 핵 보복 전력을 어떻게 통합 운용할 것인가를 고민해 최적 연합방위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우리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정권과 체제가 궤멸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평양에 줄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행 한미 연합방위체제에 대한 급격한 변화는 금물이다. 나토도 미군 장성이 32개 회원국 군에 대한 전작권을 가지고 있지만 누구도 이를 주권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핵무기는 핵무기로만 억제가 가능하기에 1991년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 수십기를 재배치하는 한편, 권위주의 세력들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와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등이 참여하는 아시아판 나토를 결성해야 한다. 지금은 온 국민이 합심하여 북핵 위협과 북·중·러 권위주의 연대에 대응해야 할 시기이다. 감상적이고 관념적 생각에 사로잡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될 수 없다.
* 본 글은 11월 17일자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부원장, 수석연구위원, 센터장
차두현 부원장은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동맹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위기정보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경기도 외교정책자문관(2015~2018),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2015~2017),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17~2019)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겸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국제관계분야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보고서 및 저서 100여건이 있으며, 정부 여러 부처에 자문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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