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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개된 지난 10월 29일의 한미 정상회담 관련 공동 설명자료(JFS)는 한미동맹의 결속과 미래를 향한 청사진을 재확인한 문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건이 지향하는 한미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역할과 임무를 확대해 나가는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는 한미동맹 현대화(Modernizing The U.S.-ROK Alliance), 한반도 및 지역 문제에 대한 공조, 해양 및 원자력 분야 파트너십 발전에 대한 규정을 통해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구체적 행동계획으로 제시되고 있다.
북한을 포함한 모든 역내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다짐, 항행 및 비행의 자유와 합법적인 해양 이용에 대한 수호 의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등은 모두 한미동맹이 여전히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억제·방어를 최우선적 임무로 하지만, 점차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도 대비태세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미동맹의 지역 안정 역할 수행이 우리를 지역 분쟁에 연루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동맹의 결속이 굳건해지는 효과가 그런 잠재적 위험을 충분히 뛰어넘는다고 할 수 있다.
JFS를 통해 한미 양국은 지속적인 주한미군 주둔을 통한 미국의 대한(對韓) 안보공약 유지, 완전한 북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DPRK)라는 공통목표, ‘핵을 포함한 모든 능력을 활용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등을 재확인했다. 또한, 이를 통해 북한과 주변국에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양국 협력의 방향성이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이버 공간과 우주 영역, 그리고 군사적 측면에서의 인공지능(AI) 관련 협력, 그리고 조선 분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을 밝힘으로써 미래형 동맹으로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기대 이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미 양국이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협력을 다짐하긴 했지만, 북한의 핵 위협이 날로 심해져 한반도에서의 작전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여건을 고려하면, 전작권 전환 역시 변화한 패러다임 속에서 ‘시기’보다는 ‘조건에 기초한 전환’에 무게를 두는 것이 옳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또한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더 실물적인 조치가 가시화돼야 하고,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을 지속해 나가는 한편, 아시아판 나토(NATO)의 구성을 위한 준비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SSN) 건조계획 승인의 경우, 원칙만 표명됐을 뿐 구체적인 이행과 관련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원잠 건조 장소(미국인지 한국인지) 문제는 물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따라서 과대한 기대나 자의적 확대해석은 금물이란 점도 유념해야 한다.
역할과 임무 확대라는, 1990년대부터 제기된 오랜 과제에 대한 이행 청사진을 제시함으로써 한미동맹은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 내에서 더욱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제는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한미 연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치밀한 준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 본 글은 11월 17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부원장, 수석연구위원, 센터장
차두현 부원장은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동맹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위기정보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경기도 외교정책자문관(2015~2018),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2015~2017),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17~2019)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겸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국제관계분야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보고서 및 저서 100여건이 있으며, 정부 여러 부처에 자문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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