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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휴민트 중요성 더 커진 ‘AI 기반 전쟁’

작성자
양욱
조회
28
작성일
26-03-0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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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지난 2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은, 정보와 알고리즘이 전쟁에서 폭탄 못지않은 위력을 갖는 시대임을 보여준다. 이번 작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3조 원짜리 B-2 폭격기 같은 첨단무기가 아니라 전장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표적을 식별하는 방식의 변화다. 현대전에서 결정적 우위는, 더 강한 무기를 가진 쪽이 아니라 더 빠르게 상황을 인식·결정하는 쪽이 차지한다.

 

군사작전에서 목표를 발견하고 공격하기까지의 시간이 냉전 말에는 이틀 정도 걸렸으나, 이후 첨단무기가 발전하면서 수 시간대로 줄어들었다. 특히, 2003년 사담 후세인 체포작전 당시에는 약 30분 수준까지 단축됐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오래 걸리는 과정은 목표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정보 수집·분석에 수년이 걸리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도 이를 종합해 작전 개시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것이 인공지능(AI)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AI를 활용해 조직원들의 활동 패턴을 분석하고 표적을 찾아냈다. 과거라면 수십 명의 분석관이 수개월 매달려야 할 작업을 AI는 수 시간 만에 처리한다. 지도부가 모이는 순간을 포착해 즉각 타격하는 ‘참수작전’은 기회의 창이 매우 짧다. 1분만 늦어도 목표는 사라진다. 이번에 미·이스라엘이 알리 하메네이를 신속히 제거한 것도 AI 기반 전장 인식 능력 덕분이다.

 

무기 운용 방식도 달라졌다. 미국은 그동안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같은 고가 정밀무기를 중심으로 전쟁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번 작전에서는 저가의 자폭 드론이 적극 활용됐다. 값싼 무기를 대량 투입해 상대 방공망을 소모시키고, 결정적 타격은 B-2 폭격기나 정밀 유도무기 같은 고가 자산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미국조차 전쟁에 ‘가성비’를 고려하는 시대가 됐다는 점은 현대전의 성격 변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AI가 전쟁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진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AI도 입력 정보가 부정확하면 결과값도 의미가 없다. 결국, 정확한 표적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휴민트(HUMINT)가 필수이다. 현장에서 수집된 인적 정보가 AI의 표적 분석과 식별에 도움이 된다. 이번 공습도 장기간 축적된 정보망과 현장 휴민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 상황은 우려스럽다. 최근 정보기관의 구조 개편 과정에서 휴민트 역량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휴민트의 중요성은 더 커지는데, 국군 정보사와 방첩사 기능이 축소 또는 폐지되면서 해외정보망과 대공방첩 역량이 동시에 약해질 위험이 생겼다. AI는 데이터 분석 도구일 뿐,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인간이다. 전장 인식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AI 기술뿐 아니라 인간 정보망, 감시정찰 자산, 분석 체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인간의 직관과 판단에 기반하지 않은 AI는 실패를 재촉한다.

 

미·이스라엘 연합작전의 진정한 교훈은 정보와 판단의 우위이다. 더 빨리 보고, 판단·타격하는 능력이 승패를 가르는 AI 기반 전쟁 시대에 적응하려면 기술 투자만으론 부족하다. 휴민트를 포함한 정보 판단 역량을 강화하지 못하면 전쟁 주도는커녕 속도에 압도될 것이다.

 


* 본 글은 35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양욱

연구위원, 실장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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