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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美 일극 세계 질서를 흔들다

작성자
김흥종
조회
78
작성일
26-03-0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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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년이 지났다. 2022 2 24(이하 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진격했을 때 많은 이가 단순히 또 하나의 지역 분쟁으로 보았다. 냉전 종식 이후 세계는 유고슬라비아 내전,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시리아 내전 등 여러 분쟁을 겪었다. 이 전쟁은 모두 참혹했지만 세계 질서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4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지난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세계 질서의 균열을 드러내고 그 종말을 앞당기는 역사적 사건으로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20세기 질서 와해의 시작이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으로 확인되는 20세기 질서의 종말을 촉진한 결정적 계기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운명만 바꾼 것이 아니다. 러시아를 부활시켰고, 유럽을 궁지로 몰아 나약함을 드러냈으며, 유라시아 양단의 안보 불안을 연결하고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확대했다. 규칙, 연대, 다자의 가치를 약화하고 세계 질서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단순한 전쟁의 여파가 아니라 한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전환의 한가운데 서 있다.

 


러시아의 부활, 경제 규모를 넘어선 지정학적 귀환

 

2024년 기준, 러시아의 경상 국내총생산(GDP) 21700억달러( 3137) 수준으로 세계 10위권의 중견국이다. 30조달러( 43365조원)에 달하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독일, 일본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냉전 시절 미국과 대등했던 소련의 후계국이라는 위상과 비교하면 현재의 경제적 존재감은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를 다시 세계 정치와 안보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는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 에너지 수출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전환했고, 특히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렸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2%에 불과하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이 2024 35% 이상으로 증가했다. 중국 역시 최대 에너지 수입국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단순한 자원 수출국이 아니라, 서방 중심 질서에 대항하는 지정학적 중심축으로 재부상했다. 유럽 내부의 균열을 활용하고, 북극에 중국을 끌어들이며, 북한 파병을 받아들였다. 초창기 미국 조 바이든 정부와 불화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와는 협상을 통해 종전 조건을 유리하게 조정하고 전후 경제협력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브릭스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 중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비록 냉전 시절 같은 초강대국 지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러시아는 이제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질서의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행위자로 복귀했다.

 


유럽의 위기, 번영의 기반이 무너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장 큰 패자는 유럽이다. 유럽은 냉전 이후 30년 동안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안정 그리고 낮은 군사적 긴장을 동시에 누려왔다. 그 기반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우산이었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가 제공하는 값싼 에너지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두 기반을 동시에 흔들었다.

 

우선 에너지 측면에서 유럽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유럽연합(EU)은 천연가스의 약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었다. 특히 독일은 제조업 경쟁력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의 저렴한 가스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유럽의 에너지 비용은 급등했고, 이는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디지털, 인공지능(AI) 전환에도 뒤늦은 독일의 산업 경쟁력은 크게 추락하고, 산업 생산은 정체 상태에 빠졌다. 일부 에너지 집약적 산업은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유럽의 군사적 취약성도 드러났다. 유럽 국가는 냉전 종식 후 국방비를 크게 줄였다. 그 결과 독자적인 군사적 대응 능력이 약해졌다.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1500억달러( 217조원)에 달하는 전쟁 비용을 지원했으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지원 없이는 전쟁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의 방위비 부담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유럽의 대미 안보 의존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태에 이르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이 더 이상 세계 질서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연결되는 전장, 유럽과 아시아 안보의 통합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역 분쟁의 경계를 넘어섰다. 러시아의 코카서스 및 동유럽 경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동북아 경계와는 달리 역사적으로 가변적이었다. 이는 안보 불안정으로 이어졌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목할 점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유럽 안보가 동북아 안보와 연결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냉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과 동아시아 안보가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례였다.

 

나토는 일본·한국·호주와 협력을 강화했고, 인도·태평양 국가의 유럽 안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의 내용과 구조는 이런 맥락에서 큰 관심을 받았고, 또 다른 불안정성의 연결이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세계는 더 이상 지역별로 분리된 안보 구조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 유럽 전쟁이 동아시아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안보 구조를 바꾸고 있다.

 


전쟁이 만든 경제적 균열, 에너지와 무역의 재편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경제의 내재적 불균형을 확대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와 이에 따른 시장 단절은 냉전 붕괴 때와는 반대로 시장 규모의 축소를 낳았다. 글로벌 기업의 부담은 증가했다.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망 변화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러시아는 제재로 원유를 할인 가격에 중국과 인도에 판매했고 두 나라는 막대한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 에너지는 석유화학, 철강 등 제조업의 핵심 비용이기에 이는 곧 해당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특히 중국은 에너지 비용 절감과 함께 제조업 경쟁력을 더 강화했다. 2025년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약 12000억달러( 1735조원)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무역 흑자만 당해 연도 세계 20위권 경제 규모가 될 정도다. 이런 극심한 불균형은 단순한 경기 순환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무역구조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재배치는 세계경제의 공급망상 안정적 균형을 흔드는 요인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 국가의 비극을 넘어서 세계 질서의 전환점으로 발전하고 있다. 냉전 이후 세계는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와 경제적 상호 의존에 기반해 상당히 안정적 질서를 유지해 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질서의 한계를 점점 더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제 세계는 더 이상 하나의 중심에 의해 유지되지 않는다. 여러 강대국이 경쟁하고, 지역 안보가 서로 연결되며,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합종연횡의 새로운 세계 질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본 글은 32일자 이코노미조선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김흥종

객원선임연구위원

김흥종 박사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정대책위원회 위원이자,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겸 대미전략정책본부 경제정책자문팀장이다. 한·러대화(KRD), 법과정책포럼과 금융국제화포럼의 회원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과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의장을 지냈다. 또한아시아태평양EU학회(EUSAAP) 회장, 한국EU학회(EUSA-Korea) 회장, 한국APEC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2023년에는 인도 G20 Think20에서 TF 공동의장을 맡았다. 태국개발연구원(TDRI)의 국제자문위원, 세계디지털경제기술정상회의(WDET)의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김 박사의 전문 분야는 세계경제, 통상정책, 경제안보, 지정학 및 지경학, 지역연구 등에 이르며, 오랜 기간 한국 정부의 경제·통상·외교정책 수립 과정에 깊이 관여해 왔다. 주요 활동으로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 외교부 산하 한중관계미래발전위원회 경제통상분과 위원장, 경제부총리 보좌관, 한-EU FTA 협상자문위원 등을 맡았다. 또한 G20 관련 기획재정부, APEC 및 한국 외교전략 관련 외교부, ASEM 및 브렉시트 대응과 관련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정책 자문을 수행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산업통상자원부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김 박사는 WTO, OECD, EU, UN 등 주요 국제기구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어왔으며,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의 주요 국제회의 및 민간 포럼에 초청받아 연설을 해왔다. 참여한 주요 포럼에는 미국의 Opinion Leaders Seminar와 한미전략대화, 잘츠부르크 글로벌 세미나(미국/유럽), 중국발전포럼, BOAO 포럼, 인도의 Raisina Dialogue 및 Kautilya 경제포럼, 프랑스의 World Policy Forum, 러시아의 Valdai 포럼, 카타르의 도하포럼, 덴마크의 코펜하겐 민주주의 정상회의, WTO 포럼, EU-아시아 학술회의, 모로코 Atlantic Dialogues, 남아공 Cape Town Conversation, 아르메니아 Yerevan Dialogue, G7 및 G20 연계 Think7/Think20 등이 있다. 김흥종 박사는 UC 버클리에서 풀브라이트 펠로우로 연구했으며, 옥스퍼드 대학교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에서 Honorary High Table member로 지냈다. 프랑스 IFRI, 벨기에 VUB, 고려대, 터키의 마르마라대학교 등에서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지금까지 200편 이상의 논문과 저서를 발표했으며, 국내외 언론, 방송, SNS 등을 통해 활발히 발언해 왔다. 서울대학교와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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