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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유가 상승 장기화 어려운 이유…트럼프의 지구력보다 회복력이 세다

작성자
김흥종
조회
52
작성일
26-03-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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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228,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시작된 이번 이란 침공 사태는 단숨에 세계경제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겨냥했다. 특히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최고 권력층이 사망하면서, 이는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중동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으로 발전했다. 이란은 즉각 보복에 나섰고, 걸프 지역의 미군기지와 전략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이어졌다. 주요 해운사들은 호르무즈해협 운항을 중단했고, 이란은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동맥이 위협받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다.

 

금융시장도 분명 영향받고 있다. 33(현지시각)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1~2%대 조정을 보이며 낙폭이 확대됐고, 유가 급등과 함께 변동성도 높아졌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안전자산 수요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교차하면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아직 이를 전면전이나 시스템 위기로 가격을 매기고 있지는 않다. 국제유가는 상승했지만 과거 오일쇼크(석유파동) 같은 폭등 국면과는 거리가 있고, 금융시장에서도 연쇄적 패닉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충격은 분명 존재하지만, 현재까지는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인식되는 국면이다.

 


체제 붕괴보다 체제 생존 선택할 이란

 

지금 세계는 분명 충격 속에 있다. 향후 세계가 받을 경제적 충격은 이 사태가 얼마나 파괴적으로 전개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충돌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 충격이 장기적 오일쇼크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엄밀하게 본다면 그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란의 선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고지도자의 사망은 분명히 이란 체제에 심각한 정치적 충격이다. 그러나 이것이 곧 체제 붕괴나 혁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란의 권력 구조는 개인이 아니라 제도와 네트워크에 의해 유지된다. 혁명수비대, 성직자 기구, 안보기관으로 구성된 권력 엘리트는 이미 권력 승계와 체제 유지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역설적으로 외부 군사 공격은 체제를 오히려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외부의 위협은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권력 엘리트에게 체제 생존을 위한 타협의 명분을 제공한다. 이란 현대사는 외부 압력이 체제 붕괴가 아니라 체제 결속으로 이어졌음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상군을 투입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신이 지상군 투입도 하나의 선택지라고 말했지만 아직은 엄포용에 가깝다. 지상군 투입이 없다면 기존 권력 엘리트들이 물리적으로 제거될 가능성은 작아지고, 체제 붕괴 대신 체제 유지와 협상의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후 이란이 협상을 원하고 있으며 대화 재개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군사 충돌이 협상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경로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은 양쪽의 공방전이 더욱 강해지겠지만 어느 시점에서 협상은 이란 지도부에 불가피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장기전은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지만, 협상은 체제 생존을 보장한다. 그렇다면 충돌 역시 오래가기는 어렵다.

 

이번 사태의 향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의 목표는 이란 체제 전복이 아니라 억지력 회복과 핵능력 제거에 있다. 이는 지속적인 확전을 통해 이란에서 핵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능력을 제거해 잠재적 위협의 싹을 잘라버리고 싶어 하는 이스라엘 정권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변수는 이란이 아니라 미국 지난 1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고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켜 궁극적으로 금리를 낮추려고 해왔다. 고유가는 이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면 소비자물가가 약 0.28%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 고유가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며 경기 회복을 제약한다.

 

미국은 더 이상 에너지 수입국이 아니다. ‘셰일 혁명’ 이후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 되었다. 유가 상승은 미국 경제에 부담이지만, 동시에 생산 확대를 자극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베네수엘라 공격으로 이미 상당한 석유 자원 추가 능력을 확보했다. 이 구조에서 미국의 합리적인 선택은 분명하다. 원유 증산으로 유가를 안정시키고, 제한된 군사행동으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고, 협상으로 긴장을 완화한 뒤, 정치적 승리를 선언하는 것이다. 장기전은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감당하기 어렵다. 1973년 오일쇼크 당시 유가는 1년 만에 네 배 상승했다. 그리고 1979 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유가는 1973년에 견줘 열 배 상승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 이후 유가는 아직 한 자릿수 상승에 머물고 있다. 시장은 위기를 인식하지만 시스템 붕괴를 예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예상은 과거와 다르게 변화된 석유시장의 구조 덕분이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기 어려운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공급의 반응이다. 이미 미국이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이자 석유 수출을 하는 상황에서 오펙(OPEC·석유수출국기구)의 행동반경은 과거보다 상당히 좁아졌다. 미국에서 유가 상승은 셰일 생산 증가로 이어진다. 석유 생산은 과거보다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는 유가 상승이 스스로를 억제하는 구조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오펙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오펙플러스(OPEC+)도 이란 사태 이후 하루 20만 배럴 이상의 증산을 결정했다. 이는 시장의 안정 의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다. 유가 상승은 산유국에 기회이지만, 동시에 위험이다. 지나치게 높은 유가는 수요 감소를 촉진하고,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며, 장기적으로 산유국의 이익을 훼손한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유가 상승은 구조적 공급 부족이 아니라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에 의해 발생했다. 위험 프리미엄은 상황이 안정되면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호르무즈해협 장기 봉쇄는 불가능

 

혹자는 생산이 문제가 아니라 원유 운송이 문제라고 한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은 세계경제의 급소다. 우리나라 수입 원유의 7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장기간 봉쇄는 불가능하다. 이란 자국도 원유 수출의 상당 부분을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다.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이란 경제 역시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또한 해협 봉쇄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 명분을 강화한다. 이는 체제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란 지도부에 지나치게 위험한 선택이다. 개전 초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해군을 섬멸하겠다고 한 발언도 바로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염두에 둔 것이다. 물론 미사일 공격에 대해서도 적극 방어할 의지를 갖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위협받을 수는 있지만, 봉쇄될 수는 없다. 그것이 지난 수십 년간 반복적으로 확인된 현실이다.

 

단기적으로 세계경제는 분명 충격받을 것이다.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금융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환율 상승과 자본 이동의 변동성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구조적 경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미국은 고유가를 감당할 수 없고, 이란은 장기 봉쇄를 감당할 수 없으며, 산유국들은 공급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위기는 오일쇼크가 아니라 협상을 향한 위험한 우회로에 가깝다. 시장도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시장이 전면전이 아니라 협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경제, 높은 대응력 갖춰

 

특히 한국 경제는 과거 오일쇼크 시기와 비교할 때 훨씬 높은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 에너지 소비 효율은 크게 개선됐고, 산업구조는 에너지집약적 산업 중심에서 반도체, 정보통신,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됐다. 이는 동일한 유가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과거보다 훨씬 제한적임을 의미한다. 외환 부문 역시 안정성이 크게 강화됐다. 외환보유액은 4천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며, 이는 단기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자본 유출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완충장치다. 전략 비축유도 상당한 수준으로 확보해 단기적인 공급 차질에 대응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한국 경제의 수출 구조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이차전지 같은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곧바로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님을 의미한다.

 

이번 위기는 분명 심각하다. 그러나 그것은 구조적 위기의 시작이라기보다, 오히려 현재의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가 과거보다 훨씬 높은 충격 흡수 능력을 갖추었음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세계경제는 당분간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경제 역시 충격받겠지만, 그 충격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다.

 

 

* 본 글은 35일자 한겨레21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김흥종

객원선임연구위원

김흥종 박사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정대책위원회 위원이자,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겸 대미전략정책본부 경제정책자문팀장이다. 한·러대화(KRD), 법과정책포럼과 금융국제화포럼의 회원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과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의장을 지냈다. 또한아시아태평양EU학회(EUSAAP) 회장, 한국EU학회(EUSA-Korea) 회장, 한국APEC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2023년에는 인도 G20 Think20에서 TF 공동의장을 맡았다. 태국개발연구원(TDRI)의 국제자문위원, 세계디지털경제기술정상회의(WDET)의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김 박사의 전문 분야는 세계경제, 통상정책, 경제안보, 지정학 및 지경학, 지역연구 등에 이르며, 오랜 기간 한국 정부의 경제·통상·외교정책 수립 과정에 깊이 관여해 왔다. 주요 활동으로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 외교부 산하 한중관계미래발전위원회 경제통상분과 위원장, 경제부총리 보좌관, 한-EU FTA 협상자문위원 등을 맡았다. 또한 G20 관련 기획재정부, APEC 및 한국 외교전략 관련 외교부, ASEM 및 브렉시트 대응과 관련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정책 자문을 수행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산업통상자원부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김 박사는 WTO, OECD, EU, UN 등 주요 국제기구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어왔으며,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의 주요 국제회의 및 민간 포럼에 초청받아 연설을 해왔다. 참여한 주요 포럼에는 미국의 Opinion Leaders Seminar와 한미전략대화, 잘츠부르크 글로벌 세미나(미국/유럽), 중국발전포럼, BOAO 포럼, 인도의 Raisina Dialogue 및 Kautilya 경제포럼, 프랑스의 World Policy Forum, 러시아의 Valdai 포럼, 카타르의 도하포럼, 덴마크의 코펜하겐 민주주의 정상회의, WTO 포럼, EU-아시아 학술회의, 모로코 Atlantic Dialogues, 남아공 Cape Town Conversation, 아르메니아 Yerevan Dialogue, G7 및 G20 연계 Think7/Think20 등이 있다. 김흥종 박사는 UC 버클리에서 풀브라이트 펠로우로 연구했으며, 옥스퍼드 대학교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에서 Honorary High Table member로 지냈다. 프랑스 IFRI, 벨기에 VUB, 고려대, 터키의 마르마라대학교 등에서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지금까지 200편 이상의 논문과 저서를 발표했으며, 국내외 언론, 방송, SNS 등을 통해 활발히 발언해 왔다. 서울대학교와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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