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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군사적 승리로도 종결되지 않는 이란 전쟁

작성자
양욱
조회
65
작성일
26-04-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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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인장대한 분노(Epic Fury)’ 2 28(이하 현지시각) 시작된 지 한 달여 만에 전장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전통적인 의미의 전쟁에서 승패는 점령지 확대나 적 병력 소멸로 판단됐지만, 이번에 발발한 이란 전쟁은 그러한 기준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미군은 지상군 투입 없이 이란의 군사 체계를 사실상 붕괴시키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장에서 압도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대한 분노 작전의 계획과 진행


이번 작전은 단순한 공습이 아니었다. 작전을 이해하려면 물리적 작전 축과 기능적 목표를 구분하여 볼 필요가 있다. 미군의 군사 교리상 작전선(LOO·Line of Operation)이란 공간과 시간에 따른 작전의 전개 축을 의미하고, 노력선(LOE·Line of Effort)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기능적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설정된다. 즉 어디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가 작전선이라면, 무엇을 달성할 것인가가 노력선이다.

 

장대한 분노 작전은 전형적인 단계적 공중 작전이 아니라, 네 개의 노력선이 서로 중첩되면서 진행된압축형 체계 붕괴 작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시간 축으로 보면 네 개의 작전 단계로도 명확히 구분된다. 4단계가 단순히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초기부터 병렬적으로 작동하며 적의 중심을 기능·실행·재생·의지라는 네 가지 층위에서 동시에 압박했다.

 

첫 번째 노력선은 체계 마비다. 이는 첫 번째 작전 단계에 해당하며, 개전 직후 방공망과 지휘 통제(C2)를 집중 타격함으로써 이란의 감지·결심·대응 사이클을 붕괴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군은 적 방공망과 지휘 통제 체계에 대한 집중 타격으로 이란을눈멀고 귀먹은 상태로 만들어, 초기 수일 내 제공권과 타격 자유를 확보하면서 전반적인 작전 템포를 일거에 장악했다. 그러나 완전한 마비는 달성되지 못했다. 분산형 지휘 체계와 잔존 방공망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이후 작전의 부담으로 남았다.

 

마비무력화차단협상순으로 진행 중


두 번째 노력선은 군사 능력 제거로, 이는 두 번째 작전 단계에 해당한다.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드론, 해군 전력을 집중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이란의 직접적 공격 능력을 약화했다. 그 결과 이란 공군과 해군은 사실상 무력화됐고, 탄도미사일과 드론 운용 능력도 많이 감소했다. 다만 이동식 표적과 분산 배치된 자산 특성상 완전 제거에는 한계가 있었다.

 

세 번째 노력선은 재생 능력 차단이며, 동시에 세 번째 작전 단계에 해당한다. 여기서는 방산 기반과 생산 시설을 타격하여 복구 불능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므로, 단기적 효과보다 장기적 전략 효과를 겨냥했다. 작전 결과 이란의 전쟁 지속 능력은 구조적으로 약화했지만, 민간 인프라와 경계가 모호하여 정치적 부담이 증가했고, 효과 또한 즉각적으로 가시화되지 않는다.

 

마지막 노력선은 강압적 전환으로 네 번째이자, 마지막 작전 단계에 해당한다. 바로 이 단계가 군사적 성과를 휴전과 협상으로 연결하여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단계인데, 여기서 작전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란은 핵 문제와 해협 통제권을 양보하지 않았고, 미국 역시 이를 강제할 추가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전쟁은 결정보다 관리 국면으로 이동했다.

 

정치적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 군사적 승리


장대한 분노 작전의 군사적 성과는 명확하다. 1만 회 이상의 출격과 13000개 이상의 표적 타격을 통해 이란 공군은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고, 해군 전력 역시 주요 자산이 파괴됐다. 탄도미사일과 드론 발사 능력은 많이 감소했으며, 방공망과 지휘 체계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마디로 이란군의 군사 체계 자체가 분해됐다. 더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미군과 이스라엘 측 피해가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이는 명백한 군사적 승리다.

 

이번 전쟁은저손실 고정밀 타격이 어떻게 상대 군사 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그러나 이 전쟁을 단순히압승으로 규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전쟁의 본질은 군사적 승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군사력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그 목적이 달성되지 못한다면 전쟁은 미완의 상태로 남는다. 바로 여기서 장대한 분노 작전의 한계가 드러난다.

 

작전은 노력선 1~3, 즉 마비·제거·차단 단계에서는 높은 효율성을 보이며 적 체계를 붕괴시켰다. 그러나 마지막 노력선, 즉 정치적 전환 단계에서는 기대한 성과를 확보하지 못한 채 정체됐다. 이는 전쟁에서는 군사작전 성공과 정치적 승리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교전과 휴전의 희미한 경계


미국은 전장의 성과를 협상으로 전환하려 했다. 휴전과 함께 호르무즈해협의 안정적 개방, 이란 핵 개발 중단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4월 초 휴전이 성립된 이후, 4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1차 종전 협상이 허무하게 결렬되며 양측은 교착 상태다. 이란은 핵 문제와 해상 통제권을 양보하지 않았고, 미국 역시 이를 강제할 추가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전장은 다시군사와 외교 사이의 회색 지대로 이동하게 됐다.

 

이후 미국은 저강도 공세의 지속을 선택했다. 직접적인 대규모 타격 대신, 해상 통제와 기뢰 제거 작전을 추진 중이다. 이란은 여전히 세계 에너지 운송의 핵심 조임목(choke-point)인 호르무즈해협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미군은 기뢰 제거 작전과 해상 통제 작전을 통해 이란의 지렛대를 약화하려 했지만, 단기간에 결정적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오히려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은 증가하고, 전장의 주도권은 점차 희석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다. 그는 이미우리는 승리했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사실상의 셀프 승리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전쟁의 내러티브를 선점하려는 시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장의 현실과 정치적 목표 사이 괴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군사적 성과를 정치적 성과로 전환하지 못한승리 선언은 오히려 전략적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뿐이다.

 

냉정한 판단이 중요


한편 국내에서는 이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상당수 언론과 중동 전문가는 이란의 저항을 과도하게 강조하며, 이란의 승전으로 해석하려는 경향마저 보인다. 물론 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분석이다. 이란의 정규 군사력은 붕괴했고, 단기간 내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정치적 승리를 굳히지 못해패배했다고 규정하는 것은 전쟁과 전략의 본질을 오해한 결과다.

 

이란 전쟁은전쟁은 정치의 연속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통찰을 그대로 반영한다. 상대국 체계를 마비시키고, 재생 능력을 제거했지만, 여전히 협상만으로 상대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결국 내 의지를 양보하거나 상대 의지를 완전히 꺾을 묘책으로 군사적 성공을 정치적 승리로 치환할 수 있어야 전쟁의 진정한 승패가 결정된다. 지금의 이란 전쟁은 바로 그 문턱에 서 있다.

 

전장에서 압도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미완의 승리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이 상태가 길어질수록, 전쟁 성격은 다시 불확실성과 소모전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전쟁과 국제정치의 역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란의 저항 정신만을 강조하는 일부 분석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게 된 배경에는 과거와는 다른 미국 행보와 트럼프에 대한 증오가 있다. 그러나 증오로 인하여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대한민국에 돌아오게 될 것이다

 

 

* 본 글은 420일자 이코노미조선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양욱

연구위원, 실장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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