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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기대’ 보다 ‘안도’… 이재명 정부 1년을 바라보는 日의 시선

작성자
최은미
조회
141
작성일
26-06-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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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가 달라졌다. 지난 4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South Koreans and Their Neighbors 2026’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일본 호감도는 10점 만점에 5.11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이자 첫 5점대 기록이다. 2019년 한일 갈등 국면에서 크게 낮아졌던 일본 호감도는 2023년 이후 한일 관계 개선 흐름 속에 빠르게 회복됐고, 2026년 조사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제동원 해법 발표, 셔틀외교 복원, 한일 정상 간 빈번한 소통,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전후한 교류 확대가 누적되며 대일 인식 개선이 일시적 반등을 넘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주목할 만한 대목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 대한 평가다. 한국인들은 조사 대상 주변국 지도자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를 가장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보다도 높다. 역대 일본 총리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오랫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국가로서의 일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일본 정치 지도자에 대한 평가 변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대일 인식은 이처럼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데, 일본은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본은 임기 1년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국내정치에 한일 관계 활용할까 걱정했던 日

 

일본의 시선은 일단안도에 가깝다.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일본 내에는 진보 성향의 한국 정부가 들어서면 한일 관계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역사 교과서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이 다시 전면화될 수 있다는 경계심도 있었다. 일본은 한국의 정권 교체가 대일 정책의 급격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고,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기대보다 경계의 대상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는 급격한 재조정보다 현상 유지와 안정적 관리를 택했다. 윤석열 정부 시기 복원된 셔틀외교와 한일 협력의 틀을 전면적으로 뒤집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계승·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시바 내각에 이어 다카이치 내각과도 정상 간 소통을 지속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7번의 정상 간 회동, 6번의 정상회담은 이시바 내각과 3, 다카이치 내각과 4회 만남으로 이어지며 셔틀외교가 단순한 복원을 넘어 정착 단계로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일본의 초기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했다. 이재명 정부가 한일 관계를 국내정치적 동원 수단보다 외교·안보·경제 현실 속에서 관리하려 한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나라현 회담과 안동 정상회담도 상징성이 컸다. 두 회담은 모두 수도가 아닌 지역에서 열렸고, 정상의 개인적 배경과 지역성을 외교적 자산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일종의고향 외교라고 설명할 수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과 가까운 나라현에서 이 대통령을 맞이했고, 이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인 안동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맞이했다. 양국 정상이 서로의 정치적·개인적 공간으로 상대를 초청한 것은 정상 간 신뢰와 친교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일본 입장에서는 이 대통령이 예상보다 유화적이고, 실용적이며, 관계 관리를 중시하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협력과 원칙 함께 세우는실용외교필요

 

이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지난 1년간 거둔 성과는 분명하다. 2023년 이후 복원된 협력 기조를 유지했고, 일본에 대해 친화적이고 우호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한국 내 대일 인식 개선과 맞물려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을 다시 협력 가능한 파트너로 보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국내정치 변화에 따라 한일 관계가 쉽게 흔들렸던 과거를 고려하면, 현상 유지 자체도 작은 성과가 아니다.

 

다만 일본의 평가는 아직신뢰라기보다관망에 가깝다. 일본은 이재명 정부를 더 이상 단순한 리스크로만 보지 않지만, 완전히 검증된 파트너로 보는 것도 아니다. 일본 사회의 대한국 인식은 문화와 인적 교류 영역에서는 개선되고 있지만, 정치·외교 차원의 신뢰로 곧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일본에 한국은 여전히가깝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나라. 정권 교체 때마다 대일 정책이 흔들릴 수 있고, 역사 문제가 언제든 외교 현안으로 재부상할 수 있다는 경계심도 남아있다. 따라서 일본의 시선은기대보다는안도’, ‘신뢰보다는신중한 재평가에 가깝다. 일본이 한국을 좋은 파트너로 보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한국 외교의 성과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유가 한국이 민감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 때문이라면 이는 성과인 동시에 한계일 수 있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의 유화적 대일 외교가 한국 내부에서는할 말을 하지 않는 외교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안정 자체가 외교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역사 교과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안이다. 이런 문제들을 모든 정상회담에서 전면화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한국 정부가 무엇을 용인할 수 없고 무엇을 협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본이 분명히 알도록 해야 한다. 유화적 외교는 관계 개선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원칙의 부재로 읽혀서는 안 된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역사와 주권 문제에 대해서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하는 외교가 필요하다. 특히 한일 관계가 안정 국면에 있을수록 민감한 현안을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은 넓어진다. 관계가 안정적일 때 원칙을 세우고 협의의 틀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는 지난 1년 동안 일본과의 협력을 현실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을 넓혔다. 앞으로의 과제는 현상 유지를 넘어서는 것이다. 셔틀외교가 만남 자체로 끝나지 않도록 에너지, 공급망, 경제안보, 첨단 기술, 재난 대응, 인구 문제 등에서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역사 문제에서는 침묵이 아니라 관리된 원칙을 보여주어야 한다. 좋은 한일 관계란 갈등이 없는 관계가 아니다. 갈등을 관리하면서도 필요한 말을 할 수 있는 관계다.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을 진정한 협력 파트너로 보게 하려면, 한국 역시 우호적 이미지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협력과 원칙을 함께 세우는 실용외교가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 대일 외교의 다음 과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 본 글은 시사저널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최은미

선임연구위원

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로 재직하였다. 주요연구분야는 일본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다자협력 등이다.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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