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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함재봉]中외교 공든탑, 北감싸다 무너진다
며칠 전 스웨덴에서 열린 제8차 ‘스톡홀름 차이나포럼’에 다녀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모여 중국의 부상과 그 함의에 대해 토론했다. 한국 측 참석자를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벌써 여덟 차례 회의를 했는데 이제야 한국 인사를 처음 초청했다는 사실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반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세계를 삼분하고 있는 미국과 EU, 중국이 모이는 회의에 굳이 한국 대표를 참석시킨 것은 그만큼 한반도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번 회의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대(對)북한 정책으로 인하여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인심을 많이 잃었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과 EU 측 참석자들은 천안함 폭침과 북한의 우라늄농축시설 공개,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일관되게 북한을 두둔하는 것을 이구동성으로 비판했다. 반면 중국의 정부관리는 물론이고 대학과 싱크탱크 전문가들도 모두 천안함 폭침은 ‘천안함 사고(accident)’로, 북한의 우라늄농축시설은 ‘세칭(alleged) 우라늄농축시설’로, 연평도 포격은 ‘연평도 교전(artillery exchange)’으로 부르면서 북한의 책임을 애써 외면했다.
中에 기대 많던 EU측 실망 커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대해 특히 EU 측 참석자들은 무척 아쉬워했다. EU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평화융기’ 테제를 믿고 싶었다. 미국의 많은 전문가는 현실주의에 입각한 지정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중국이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패권을 다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EU의 많은 전문가는 중국이 교역과 다자외교로 과거의 패권국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이후 중국은 놀라울 정도로 세련되고 성숙한 외교를 구사하면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한편 대내 개혁과 경제발전에 몰두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 나갔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시장을 개방하고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중국의 경제발전을 도모함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지혜와 실용주의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부단한 노력 끝에 쌓아 올린 중국의 외교적인 성취는 북한의 비이성적인 도발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일거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는 그동안 중국의 부상을 미국에 대한 위협과 도전으로 간주하면서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실주의자들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은 이미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때 냉전시대의 유물로 간주되면서 한국과 일본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미국과의 군사동맹은 그 존재 이유와 활력을 완전히 되찾았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전에 없이 큰 규모의 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하고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확장 억제력’에 대한 확신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과거 한때처럼 미국의 핵우산을 부담스러워하기는커녕 안보에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시작하였다는 뜻이다.